이승철 前 전경련 부회장 “靑 강압으로 보수단체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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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청와대의 강압에 따른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 [중앙포토]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 [중앙포토]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허 전 행정관은 박근혜 정부가 전경련을 통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이 전 부회장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특정 단체에 대해 자금지원 요구를 받았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면서 지원대상 단체와 금액에 대해 전경련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 통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의 일방적인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한 것”이라며 “(청와대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경제정책 등에서 불이익이 예상돼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은 전경련이 지원 계획을 유보하자 신동철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언급하며 지원을 재촉했다고도 했다.

그는 “(신 전 비서관이) ‘요청한 단체에 대한 지원을 빨리해줬으면 좋겠다. 비서실장이 직접 챙기시는 관심사다. 머뭇거릴 때 아니니 빨리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잘 이해를 못 하고 있다가 그 정도까지 얘기하는 것으로 봐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실장이 직접 챙기는 관심 사안이라는 말은 전경련 근무하면서 처음 들어본 말이라 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회장은 “특정 단체에 거액을 지원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전경련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외부 지원 자체가 대외비였고 청와대의 요구사항이라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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