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 깊지 못한 처신 죄송" 이 총리, 파문 후 4번째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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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는 회의 시작에 앞서 민간 공동위원장인 선우중호 명지대 총장을 향해 "2월 28일 청조근조훈장을 받으셨다"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역시 미소를 머금은 표정이었다. 이날 조간 신문들은 일제히 이 총리의 자진 사임 가능성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이 때문에 "마음을 비운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이 총리는 이날 하루를 국민에 대한 사과로 시작했다. 오전 8시50분의 총리실 확대 간부회의 때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에게도 죄송스럽고, 총리실 간부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골프 로비 의혹이 불거진 뒤 네 번째 사과다. 그러면서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 해도 차질없이 국정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관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총리 공보수석실은 "이 총리의 발언은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것이니 확대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총리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발언들은 측근들로부터 나왔다. 총리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다음 주면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겠는가"라며 "이번 사태가 끝나면 여행이라도 해야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귀국 후 일정에 대해 "대통령이 총리를 만나는 것은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리는 자리가 될 텐데 당쪽 의견부터 듣고 만나는 순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총리를 귀국 직후 만난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총리실 관계자들은 이 총리의 대외일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주 이 총리에게 "노사 관계 모범 사업장인 하이닉스반도체 이천 공장을 17일 방문하자"고 건의했었다. 이 총리는 그 자리에서 "알았다"고 답했지만 이번 주 공개된 총리의 일정에서는 빠졌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하이닉스 쪽에 방문 취소를 통보한 것은 아니다"며 "미확정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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