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걱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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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급격한 원화 절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정책의 타이밍을 놓칠 때 어떤 결과를 빚는가를 나타내는 단적인 예라 볼 수 있다.
당장의 부작용이 겁나 고통이 따르는 정책을 미루다가 보면 결국 더 큰 고통을 안아야 하는 것이다.
금년 들어 원화의 절상률은 이미 6%를 넘었고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절상되지 않을 수 없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무역흑자의 축소라는 면에서나 안정기조의 회복을 위해 원화 절상은 불가피한 추세라 볼 수 있다.
또 대외적으로도 미국이 원화의 급속한 절상을 강력히 요구,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미국은 금년에 15∼20%의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다. 작년에 경상흑자를 98억 달러(오차 및 누락을 포함하면 1백 11억 달러)나 낸 한국으로선 원화 절상요구에 대해 논리적으로 대항할 명분이 약하다. 금년에도 적극적인 정책조정을 안 하면 경상흑자는 1백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이렇게 논리적으론 원화의 급속한 절상이 불가피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의 경제체질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벌써부터 봉제·신발 등 한계기업들이 쓰러지고 있으며 원화 절상이 가속화될 때 그 영향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수지상의 막대한 흑자가 한국경제의 월등한 대외경쟁력의 결과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사실 86, 87년의 국제수지흑자는 일본과 대만의 평가절상에 힘입은 바 크다. 86년엔 한국이 3·3% 절상한데 비해 일본은 25·6%, 대만은 12·3%를, 87년은 한국의 8·7% 절상에 비해 일본은 29·6%, 대만은 24·3%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년 들어선 일본·대만이 오히려 절하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급격히 절상되고 있으니 그 고통이 더 심한 것이다.
일본·대만은 작년, 재작년에 급격한 절상을 통해 강제적으로 한계기업의 정리와 산업체질의 강화를 이룩했으나 한국은 그것을 못한 것이다. 오히려 환율 덕택으로 높은 수출신장을 이룩했고, 그것이 고 성장으로 연결되어 한계기업을 더 번창시킨 결과가 되었다.
이렇게 경제에 부기를 잔뜩 불어 놓는 상태에서 금년에 급격한 절상으로 산업체질 강화를 뒤늦게 하게 됐으니 그 부작용이 더 우려되는 것이다.
늦어도 작년쯤엔 좀더 빠른 속도로 원화의 절상을 해야 했다.
금년 세계경기는 하반기 이후 다소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고있고 특히 한국의 경우 올림픽 이후엔 반사적 후퇴가 예상되는 만큼 원화 절상으로 인한 강제적 산업체질 강화 작업은 더 큰 충격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사전적 정책을 통해 경제가 큰 쇼크를 받지 않도록 세심한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 실업 문제 등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원화의 급속한 절상은 불가피한 추세이긴 하지만 그것이 미칠 영향에 대해선 지금부터 비상한 각오와 준비를 해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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