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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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시아의 대부분과 유립의 광대한 지역을 정복한 「칭기즈칸」이 무력만으로 그런 위업을 달성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고도의 기동력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첩보와 선부에 크게 의존했다.
공격에 앞서 우선 첩자를 적지에 보내 몽고군의 병력수와 잔혹성을 잔혹성을 과장해 퍼뜨려 적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기실 그의 군대는 기동력을 가진 소규모 기마대에 불과했으나 거짓정보에 휘말린 적은 판단력을 흐려 전의를 잃고 지레 도망치곤 했다.
18l4년 「나폴레옹」의 패전이 임박했다고 판단한 런던의 증권 투자가들은 기묘한 사기극을 폈다.
가짜 러시아인 장교를 도처에 상륙시켜 「나폴레옹」 황제가 패배끝에 살해됐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식이 철도 여객들의 입으로 옮겨갈 동안에 프랑스군 장교로 보이는 한 집단이 같은 소문을 퍼뜨리며 런던거리를 누볐다.
투기꾼들은 갖고 있던 증권을 몽땅 팔 수 있었다.
고의적으로 거짓정보를 유출함으로써 여론을 조작하는 방법은 이처렴 오래된 것이다.
오늘의 대중사회에서 정보조작에는 매스미디어가 이용되곤 한다.
사실의 왜곡, 상대방에 유리한 기사의 검열, 대중의 믿음과 가치관의 이용, 그리고 난처한 문제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속죄양을 만들어 적개심을 돌리는 수법등이다.
정보조작가들이 거짓 정보만을 흘리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진짜 정보를 흘려 여론의 움직임을 관찰하기도 한다.
정부가 특정 매체에 은밀하게 정보를 리크(leak·누설)하고 나서 여론의 반응을 보아가며 대처하는 수법은 요즘 아주 흔해졌다.
공식채널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노력이 선행되는 것은 물론이다.
민정당이 개가작업과 공천과정에서 그 수법을 써서 큰 효과를 거뒀다는 소문도 있다. 덩달아 야당들도 그런 수법을 시험하면서 쾌재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정보누출 조작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권익을 외면하고서 얕은 꾀만 부리다간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일도 있다는 걸 있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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