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처벌해 주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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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나도 소값파동 피해잡니다. 검사님 좀 만나게 해주이소』
24일 오후1시, 새마을비리에 대한 본격수사로 긴장감이 감도는 대검찰청 12층 중앙수사부 사무실 앞 복도에 낮선 방문객이 찾아들었다. 허름한 검은 점퍼차림의 50대 시골아줌마. 그는 당당하게 「검사님면담」을 요구했다.
경북선산군무을면에서 소값파동 책임자처벌을 요구하기 위해 새벽첫차를 타고 상경했다는 윤재범씨(54·여). 윤씨는 사무실경비수위의 제지로 「검사님 면담」이 좌절되자 1층로비로 후퇴(?),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소값파동 때문에 우리집안이 망했십니더. 전경환씨를 꼭 처벌해 주이소. 당시 농수산부장관(박종문)도 처벌해야 합니다』
로비천장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30여명의 보도진들이 몰려들었다.
『81년 5월경 이었습니다. 정부에서 수익성이 높다며 젖소를 사라고 권유합디다. 정부에서 권하는 일이라 수입이 좋을 것으로 믿었지 뭡니까.』 그래서 윤씨는 남편이 30년 군복무를 마치고 탄 퇴직금과 자신의 결혼패물까지 팔아 마리당 2백만원씩 주고 송아지 8마리를 샀다고 했다. 1천6백만원의 전재산을 투자한 셈이다.
그러나 85년 소값파동이 일면서 소값은 마리당 30만원까지 폭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우유판로마저 막혀버렸다.
『우리마을에서만 6가구가 피해를 봤다 아입니까. 농민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농민들을 피눈물나게 만들었으니…. 그 사람들 꼭 처벌해주이소 예….』
절규에 가까운 윤씨의 항변은 소값파동으로 피해를 보고서도 그 한을 안으로 삭였던 축산농민들의 공분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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