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우리회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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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팔판동 전경환씨의 자택은 전씨의 돌연출국 사실이 확인된 19일이후 밤낮없이 보도진에 포위(?)돼 있다.
굳게 닫힌 문은 전씨의 귀국이후 조금 열려 보도진에 코피를 끓여내오는가하면 「대변인」역할을 하는 운전사가 이따금 안의 동정을 전해주기도 한다.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더욱 긴강감에 싸인 전씨의 자택엔 전씨귀국후 평소 전씨와 가까왔던 친지·새마을관계자등이 드문드문 찾아들었다.
그중에도 눈에 띄는 내방객은 화사한 양장에 예쁜 귀걸이·목걸이치장, 연한 화장의 중년부인들.
『우리회장님을 뵈러왔을 뿐이예요.』
한꺼번에 터지는 플래시와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머플러나 맨손으로 저마다 열굴을 가리고 종종걸음을 치는 여자방문객들은 아마도 새마을부녀회 관계자들인듯 했다.
한부인은 『정말 인정들이 없네요』하고 「갑작스레 요란해진」 언론의 보도태도를 톡 내쏘고는 대문안으로 종종걸음치기도 했다.
전씨귀국 3일, 자택귀환 2일째인 22일 전씨의 집엔 처음으로 전보1통이 배달됐다.
전보는 측근에 의해 즉각공개됐다.
경주의 한 새마을지도자가 보냈다는 전보는 『회잠님 심정을 우리가 이해합니다. 절대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뒤에 우리가 있읍니다』는 내용.
측근은 또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1천여통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그 대부분은 『회장님이 7년동안 열심히 해오셨는데 결과가 나빠 안타깝다』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온국민의 지탄의 눈총과 손가락이 모아진 새마을빙자 전경환비리, 그 주변에선 「거친손 검게탄 얼굴」의 새마을과는 거리가 먼 뽀얀얼굴, 화사한 맵시, 「인정스런」사람들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강님』의 희극이 아직 막내리지 않고 있었다. <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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