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제임스 후퍼의 비정상의 눈

새로운 경험과 도전, 인생을 길고 풍요롭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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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제임스 후퍼 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제임스 후퍼 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새해가 되면 자연스레 새로운 계획과 목표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올 한 해 동안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전에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 배움과 다른 관점을 가질 기회를 준다. 무언가 대단하고 거창한 경험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한 주의 활력이 되고 하루의 즐거움이 되는 새로움이라면 충분하다.

지난달 영국에 사는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보내면서 했던 대화에서 얻은 생각이다. 올해 50세가 되는 아버지의 친구는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전에 해보지 못했던 50가지 일이라는 목록을 만들어 2018년 한 해 동안 이루자는 계획을 세웠다. 아버지와 나도 멋진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일은 인간이 시간의 경과를 체감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느낀다. 사람이 인식하는 시간의 속도가 나이에 따라 다른 것은 왜일까? 새로운 경험과 기억들을 만들어내는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새로운 경험과 환경을 접할 기회가 많다. 신기한 정보를 입력하고 새로운 기억들을 저장하느라 뇌는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비정상의 눈 1/4

비정상의 눈 1/4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반복적인 일상에 익숙해짐과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할 경우는 줄어들게 된다. 새로운 정보와 기억을 저장할 필요가 없어진 뇌는 시간을 인식할 때 ‘세월이 빠르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경험과 도전들로 우리의 일상을 채워가는 일은 정말로 우리의 인생을 더욱 길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일 년 안에 50가지의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 ‘50가지’는 당연히 사치스럽거나 시간이 많이 들거나 고생스러워야 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음식 요리하기, 손으로 만든 선물하기 같은 것들도 내 목록에 들어갈 훌륭한 계획이 된다. 이제 서른살이 된 필자는 올 한 해 동안 해 볼 새로운 경험 30가지의 목록을 채웠다. 은하수 사진 촬영하기, 새로운 섬에 가보기까지 아무런 규칙도 필요하지 않다. 단지 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이라면 괜찮다. 내년 이맘때가 되어 올 한해 잘 살았다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임스 후퍼 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