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직 소방관의 아내입니다” 제천 참사 후 보내온 사연

중앙일보

입력

21일 오후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소방관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1일 오후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소방관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죽더라도 뛰어들걸.”

제천 화재참사 당시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소방관들의 죄책감이 드러나는 한마디였다. 몸을 아끼지 않고 구조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수많은 사상자를 낸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질타는 이어졌고, 이들은 희생자에 대한 미안함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런 감정은 비단 소방관 본인들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었을 터. 소방관 남편을 둔 아내들 역시 같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희생자에 대한 미안함과 이번 사고로 죄인 아닌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게 된 남편을 보면서다.

자신을 현직 소방관의 아내라고 밝힌 한 여성은 28일 중앙일보에 “저는 현직 소방관의 아내입니다”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왔다. 이 여성은 글에서 “‘목숨을 던져서라도 구해낼걸’ 하며 눈물짓는 소방관들의 뉴스 속 사진을 보며 오늘도 야근 근무하는 남편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기적으로 이기적인 표현일 수는 있겠지만, 남편을 포함해 사기를 잃은 소방관들을 응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 새벽잠이 깨 다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가슴으로 울고 울었다. 내가 당해보지 않고 어찌 그 가족의 마음을 알겠는가”라며 “그래서 옆에 있어도 차마 위로의 말씀을 못 꺼낼 거 같다. 그저 죄송하고 그냥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화재현장에서 인명 구조시 산소통을 단 5분이라도 더 연장 사용하기 위해 담배도 끊고 일하는 남편, 십수년을 수영했지만, 세월호사건 후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결국 따고야 마는 남편. 그 외에는 남편은 늘 준비하는 소방관으로서 손색이 없다여겨왔다”며 “무서운 화마도, 맹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던 이 사람들이 연일 이어지는 화재참사 책임 논란으로  이제는 소방관 전체가 죄책감에 사로잡혀 저렇게 사기를 잃고 고개 숙인 모습을 보니 당사자들은 아니지만, 소방관으로서 동감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저는 남편에게 ‘당신은 어벤저스가 아니라고, 딱 두 명만 구하시라고’ 마음으로 부탁한다. 요구조자, 그리고 당신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아빠도 구해주셔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 땅의 소방관의 아내가 된 것이 자랑스럽고 아이들도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힘내달라”고 응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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