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열자마자 정국 급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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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金斗官)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1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한나라당은 3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16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개회하자마자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한나라당은 단독 처리 불사 방침을 굳히고 해임건의안 통과에 당의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이날 최병렬(崔秉烈)대표는 "우리 당 의원들이 당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 차를 이유로 당론을 따르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확신한다"고 못박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이탈 표에 쐐기를 박기 위한 발언이다.

홍사덕(洪思德)총무는 "金장관 해임건의안은 노무현 정권과 벌이는 전면전"이라며 "우리 당 힘만으로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강공에 맞서 민주당은 일단 해임안의 부당성을 부각하는 선전전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대철(鄭大哲)대표는 "이번 해임안은 명분이 너무 약하다"며 "한나라당은 국정 발목잡기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 내에는 실력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해임안을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더라도 '명분 없음'을 주장하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자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기류도 비슷하다.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이 해임안을 둘러싼 국회 상황을 보고하자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만의 하나 해임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고 했다. 다만 盧대통령은 "국회의 위상을 고려해 최대한 설득 노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윤태영(尹太瀛)대변인이 전했다.

당사자인 金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반격에 나섰다. 金장관은 "명분 있는 해임 요구가 아니라 다분히 정치 공세"라면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것이며, 이런 식으로 장관을 흔들면 국민이 바라고 있는 소임을 다하기 어렵다"고 받아쳤다.

그는 "국회 건의에 짓눌리지 않고 국무위원도 국민과 직접 얘기하며 국회에 대해 당당하게 임하겠다"면서 "낡은 정치가 사라지고 국회가 정상화된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장관직을 떠날 수 있다"고 했다.

숫자로만 보면 1백49석의 한나라당은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수(1백37석)에 여유가 있어 단독으로라도 처리가 가능하다.

金장관 해임안이 한나라당 단독 처리→盧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수순을 밟을 경우 정국은 일대 파란이 일 전망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감사.예산안 처리 등 청와대와 야당 간에 충돌할 재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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