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여해 "홍준표 따라하다보니 망가져"…한국당 당협위원장 재정비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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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6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가동하며 조직정비에 나섰지만 이에 반발하는 당내 기류가 확산되며 진통을 겪고 있다.
가장 쟁점은 바른정당 복당파의 당협위원장 복귀다.
앞서 지난 22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는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이 함께 있는 지역구는 현역 의원을 당협위원장으로 우선 선임하는 방안을 조강특위에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당무감사에서 커트라인을 통과한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바른정당 복당파에게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 중앙직능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 중앙직능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해당 지역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진 서울 강남갑 당협위원장과 강남갑 소속 당원 20여명은 25일 홍준표 대표의 자택을 항의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 때 홍준표 후보를 위해 기여한 ‘피의 동지’이고, 복당파 (이종구) 의원은 홍 후보가 배신자라고 규탄한 유승민 후보의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이라며 ”배신자를 위해 동지를 내친다는 말이냐. 이게 공당이냐“고 항의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 자택을 항의방문한 서울 강남갑 당원들 [사진제공 양승미 강남구의회 의장]

홍준표 한국당 대표 자택을 항의방문한 서울 강남갑 당원들 [사진제공 양승미 강남구의회 의장]

정우택 전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오경훈 양천을 위원장과 양천을 당원들도 25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조강특위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풍비박산의 위기 속에 난파선처럼 당이 표류할 때 ‘당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망언을 일삼던 자들이 당이 안정화된 지금 다시 들어와 주인 노릇을 하겠다고 하니 후안무치하다”고 비난했다.
또한 “전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투표나 설문조사를 통해 당협 조직을 통할 적임자인지 가려 조직을 강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오후 4시 윤리위를 열어 징계에 회부된 류여해 최고위원에게 소명기회를 주기로 했다.
윤리위는 지난 20일 홍 대표를 비난한 류 최고위원에게 품위유지 위반 등을 들어 징계할 예정이었으나 류 최고위원이 소명기회를 요청해 이를 연기했다. 윤리위는 류 최고위원의 소명 이후 징계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또한 류 최고위원을 지원했던 정준길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도 이날 윤리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강정현 기자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강정현 기자

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자신의 언행에 대해 일부 사과했다.
그는 “죽임을 당할 것을 예상하고 죽지 않으려고 결사항쟁했지만 권력 가진 자 앞에 무기력했다. 결국 이상한 모습으로 싸우는 모습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홍 대표를 따라하다보니 너무 망가진 모습으로 살았던 거 같다. 과거 류여해의 모습은 희망을 꿈꾸고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었는데 정치는 참 힘든 곳이긴 하다. 하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류 최고위원은 이날 징계 여부와 관계없이 27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지하강당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 그간 있었던 많은 이야기 풀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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