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지요] 포경수술, 꼭 해야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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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경수술, 할까 말까.'이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남성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포경수술의 역사는 깊습니다. 6천년 전 고대 이집트 미라에 포경수술의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국내에선 해방 이전까지 포경수술이 행해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시술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포경수술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전남대병원 비뇨기과 류수방 교수팀이 2천8백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7%가 포경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에 비해 전 세계 남성은 25%만이 포경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영국.호주.뉴질랜드 등에선 이 수술이 거의 사라졌고, 일본.중국 남성의 시술률도 아주 낮습니다. 미국의 시술률도 60% 정도입니다.

미국과 다른 점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미국에선 의학적 이유로 신생아 때 수술이 주로 이뤄지는 데 비해 국내에선 대개 사회적.관습적 이유로 행해집니다. 신생아 수술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12세 이후에 시술받고 있지요. 군중 심리나 성인이 되려는 통과의례로 수술을 받는다는 것입니다(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박관현 교수).

의학적인 측면에서 포경수술은 꼭 필요할까요? 수술을 받으면 어린이의 요로감염을 줄이고, 음경암.성병.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위험을 얼마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의 경우 포경수술이 종교적 이유로 보편화된 이스라엘에서 낮고, 포경수술을 거의 받지 않는 인도에서 높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포경수술을 받아야 성기능 장애를 줄일 수 있다는 속설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입니다.

여성의 87%가 성관계를 할 때 포경수술을 한 사람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가 하면,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의 음경 감각과 성적 쾌감이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또 포경수술이 간단한 수술이긴 하나 1~2%에서 통증.출혈.감염.음경 손상 등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포경수술의 장점만을 근거로 모든 남성에게 포경수술을 받도록 권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입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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