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김흥국이 열심히 뛰는 진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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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터넷에서 '월드컵'을 검색하면 이 사람만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영원한 축구인, 가수 김흥국.

콧수염 휘날리며 전 세계를 뛰어다니는 그의 하루는 축구로 시작한다. 전날 밤 아무리 무리한 음주.가무를 했어도 오전 5시만 되면 번쩍하고 눈이 떠진다고. 한겨울에도 어김없이 흠뻑 뛰어 줘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축구 다음 코스는 바로 찜질방이다. 몸도 풀어주고 무엇보다 아침밥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는데.

"아침밥만큼은 꼭 먹는 습관이 있는데 3년째 기러기 아빠다 보니까 집도 썰렁하고, 혼자 아침 짓기도 번거로워 이렇게 찜질방에서 몸도 녹이고 누룽지 한 그릇으로 든든히 채웁니다."

든든하고도 가뿐해진 몸과 마음으로 오전부터 부지런히 일을 한다는 김흥국의 의외의 모습은 또 있었다. 겉으론 심각한 골초처럼 보이지만 백해무익한 담배만큼은 절대로 피우지 않고 간혹 지인들과 함께 기울이는 술잔을 제외하곤 커피도 몸에 해로울까봐 안 마실 정도. 이렇게 마음뿐 아니라 몸속까지도 건강한 축구인 김흥국의 주말은 더욱 바빠진다.

"토요일.일요일은 지방에 행사가 많은데 그때마다 평소 못했던 영양 보충을 충분히 해주죠. 목포에 가면 싱싱하게 살아있는 세발낙지를 30마리도 꿀떡 먹어 치운다니까요. 으아~ 또 먹고 싶다."

그런데 그가 유난히 건강을 챙기는 이유는 비단 열렬한 축구사랑뿐만은 아니었다. 10여 년 전, 생명나눔실천본부에 장기기증을 한 그는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돌려주어야 할 내 몸을 지금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 그래서 꼭 건강하고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단다. "그 후, 관(棺) 체험이라는 것을 했어요. 진짜 삼베옷까지 입고 관속에 누워 뚜껑도 덮고 한 5분 정도 있는 것인데요. 세상에 대한 욕심도 벗어지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지금 인생의 후반전을 달리고 있을까. 때론 숨이 차고, 때론 예상치 못 한 태클이 있을지라도 스포츠와 인생이 다른 것은 바로 선수 교체가 안 된다는 것. 김흥국처럼 인생이란 경기를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 모두와 2006 독일 월드컵 태극전사를 위해 힘차게 외쳐본다. 아자아자 파이팅!!!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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