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산품은 거의 다 풀린 셈|추가 수입자유화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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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설>
이번 수출입기별공고로서 예시 제를 통한 3년간의 수입자유화계획이 예정대로 일단마무리 된 셈이다. 당초에는「과연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지배적이었으나 기대이상의 무역흑자덕분에 3개월이나마 앞당겨진 것이다.
어째 든 이로써 일부섬유 및 화학제품을 제외하고는 기계·전자·철강금속 등 주요공산품은 1백%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명목적인 수입개방뿐 아니라 조만간 관세인하 및 수입감시제의 철폐를 단행할 계획이어서 실질적인 수입개방정책이 본격 가동될 상황이다.
아직 수입규제 하에 남아 있는 부문은 농산물과 대일 수입 품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89년부터 손을 대겠다는 나머지 3백61개품목도 대부분이 농산물인 만큼 향후 개방의 초점은 종래의 공산품 위주에서 1차 산품 쪽으로 옮겨지게 됐다. 이번 수입기별 공고에도 일부 농산물에 대해 검토하려 했으나 정치·사회적인 압력 때문에 일단 덮어두었다는 게 관계당국자의 실토다.
대일 수입은 무역 역조 때문에 소위 수입다변화 품목으로 묶어 놓고 있어 당분간은 늘어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따라서 추가로 취해진 수입개방으로 인해 늘어날 수입증가 분은 약 6억 달러 선으로 상공부는 추정하고 있다.
통상마찰을 감안할 때 수입을 될수록 늘려야 한다는 판단인 만큼 개방정책을 쓰는데도 오히려 이 정도 밖에 수입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그렇다고 대일 수입이나 농산물수입까지 다 틀 수도 없는 게 딜레마이기도 하다.
이번 수입개방에서 용기(?)를 낸 부문은 수입자유화대상에 귀금속류를 포함시킨 것. 반지나 목걸이를 제외했다고 하지만 보석이 박힌 양념 통·담배케이스 등에 대해서는 수입을 허용했으니 사실상 귀금속에 대한 수입금지장벽을 헐어 낸 셈이다. 다만 여론을 의식한「눈 가리고 아 웅」식의 처리라고 할까.
어쨌든 공산품이 완전 개방되고 원화가 계속 절상되고 각종 수입제한정책이 철폐되고 심지어는 수입장려를 지원하는 금융제도까지 갖춰지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금년은 우리경제에서 수입개방원년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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