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점잖은 고전에 딴지 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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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동양고전 산책 1,2
기세춘 지음, 바이북스
544쪽(1권) 511쪽(2권), 각 2만5000원

"고전은 짧은 훈화에도 철학.정치.경제사상 등의 가치관이 터잡고 있다. 그러므로 소양이 부족하면 수박을 겉으로 핥고 후추를 통째로 삼키는 꼴이 되어 매운 맛인지 단 맛인지 알 턱이 없다. 그 정도는 못해도 고전 읽기는 정명(正名.명칭의 바른 뜻)이 기초다."

서문부터 예사롭지 않다. 한학을 한 이들은 대부분 우리말 운영에 젬병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그는 자신을 소인배라고 밝힌다. "맑고 싶으나 흐려지는 것은 입 때문이고, 신실하지만 공경받지 못하는 것은 독단을 좋아하기 때문이니…. 이 말대로라면 나는 독선적이고 험구가이니 소인의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7쪽). 숱한 동양고전을 대상으로 정명 풀이에서 고전 해석에 이르기까지 시시비비를 걸겠다는 장담에 다름 아니다. 이를테면 사(寺). 요즘은 절집을 뜻하지만 후한(後漢)시대 이전에는 관청.호텔 등 큰 집을 말했다. '논어'의 키워드인 성인(聖人)과 군자(君子). 요즘 군자는'성스러운 사람'을 말하지만, 공자가 이 말을 쓸 때는'제사장 역할을 겸했던 천자(天子)'를 지칭했다. 군자는 관직에 오른 자를 구분해 썼던 어휘.

해석도 엄청 다르다. 이를테면 그는 노장사상은 반문명 반국가의 저항사상으로 본다. 따라서 현실도피식 노장 해석을 노예 이념이라고 비판한다. 기세춘(70), 그는 누구인가. 12년 전 문익환 목사와 함께 '예수와 묵자'를 펴냈던 사람이다. 본인은 "서당 세대의 마지막 인물"이라고 말한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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