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무조건 대화'에 러 "감동적" 日은 떨떠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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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데 대해 주변국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러시아는 "건설적이며 감동적"이라고 환영했지만 압박을 주문해온 일본은 미국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북한도 미국과 대화에 응할 준비 돼있어" #일 정부는 당혹… "트럼프 입장 아닐 수도" 해석도

13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틸러슨 장관의 발언과 관련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온 대결적 수사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며 환영할 만하다"면서 "대결적 수사와 한반도의 추가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보도 절대적으로 비건설적이라는 러시아 측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논평했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워싱턴DC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우리는 북한이 대화하길 원하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나온 ‘비핵화’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그는 이 자리에서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할 뜻이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신화통신=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그는 이 자리에서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할 뜻이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을 거듭 촉구해 왔다"면서 "따라서 (틸러슨 장관의) 그러한 발언은 당연히 만족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최근 미국 고위인사(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 뒤에 북·미간 직접 대화 가능성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반도 정세에 관한 러시아와 미국 간 접촉도 여러 채널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지난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 간 회담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도 한반도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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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이날 겐나디 가틸로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리후이(李輝) 주러 중국 대사와 만나 북핵 해결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반면 일본 교도통신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일본 정부 내에서 곤혹감이 퍼지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통신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일본의 기존 방침엔 변함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 어긋나는 데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대북 압력 강화 방침에 뜻을 일치해왔다. 때문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경질설이 돌고 있는 틸러슨의 발언이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교도통신에 "(틸러슨 장관 제안이) 미일 양국 정부 방침과는 명확하게 다르다. 미국 정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궁금하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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