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탈선의 연대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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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7살난 가출 고입 재수생 두명이 또래의 여고생을 폭행했다. 그리고 술집에 팔아 넘기려다 도망친 한 여고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저 일자리 하나 소개시켜 주었을 뿐인데요. 잠자리와 먹을 것을 해결하려고 그랬습니다.』
펑크머리에 남녀를 분간할 수 없는 야릇한 옷차림.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태도로 진술을 한다.
15일 새벽, 연락을 받고 이모군의 부모가 달려왔다.
『지난해 가을 학원에 다니다가 집을 나간 이후로 아이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경찰서에 앉아있는 아들을 보고 넋을 놓는다.
이군과 김군이 서로 알게된 것은 서울 용산 I고입 재수학원에서. 지난해 2월 중학을 졸업, 고교진학에 실패해 학원에 다니게된 이들은 둘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환경. 그러나 여름을 보내면서 이들은 차츰 주위의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렸다.
『1학기 학원 강의가 끝난 뒤 참고서 사야한다며 돈을 가져가더니만 5일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설마했는데 끝내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이군의 어머니는 믿을 수 없는 일을 앞에 두고 끝내 울먹였다.
이들에게 폭행당한 10대 여고생들은 디스코클럽에서 「생일파티」를 벌이다 이들에게 유인됐다. 짝을 지어 들어오는 10대들을 입장시켜준 디스코클럽, 이들에게 방을 내준 여인숙, 이들로부터 전화연락을 받고 술집에 팔아 넘긴 인신매매 중간책….
애·어른 할 것 없이 「돈」과 「향락」이 전부만 같은 황폐한 사회에서 우리의 번영은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일까. 『벌받고 나와 마음잡고 열심히 살래요.』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부모 앞에서 다시 하는 두 10대의 행세는 또 얼마나 미더운 것일까.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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