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침 서울 시내 수상한 회색 연기 띠…뭔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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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발표된 12일 오전 서울 도심에 회색 띠가 드리워져있다.이 현상은 갑가지 내려간 땅 기온에 따른 기온역전현상으로 대기오염물질이 갇히며 발생한 현상이다. 이날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2.3도를 기록했다. 조문규 기자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발표된 12일 오전 서울 도심에 회색 띠가 드리워져있다.이 현상은 갑가지 내려간 땅 기온에 따른 기온역전현상으로 대기오염물질이 갇히며 발생한 현상이다. 이날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2.3도를 기록했다. 조문규 기자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2일 아침.
추위 속에 출근하던 시민들은 서울의 하늘을 덮은 회색 연기 띠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미세먼지가 높지 않을 것도 같은데 하늘이 회색 연기로 덮였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나 대기과학 전문가들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고 답했다.

한파 닥치면서 지표면이 급냉각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더 차가운 #기온 역전 현상 이 나타난 때문 #공기층 나뉘어 오염 확산 안 돼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장영기 교수는 "일단 기온역전 현상으로 인해 오염물질이 갇혔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온역전 현상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대류권 내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는데, 지표면이 차갑게 식거나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아래쪽이 오히려 차고 위로 갈수록 온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기온역전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어느 높이 이상에서는 고도가 높아지면 기온이 원래대로 다시 낮아지기 시작한다.

12일 서울 도심에 나타난 회색 연기 띠. 기온 역전 현상 탓으로 보인다. 조문규 기자

12일 서울 도심에 나타난 회색 연기 띠. 기온 역전 현상 탓으로 보인다. 조문규 기자

기온역전 현상이 벌어지면 대류현상이 약해져 공기층은 매우 안정하게 돼 오염물질이 확산하지 않는다.

역전층과 그 위의 정상적인 층이 구분이 되고, 이 사이에서는 '칸막이'가 생겨 수직 방향으로는 공기 순환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경계면에서는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축적이 된다.

 기온 역전 현상을 나타낸 그래프.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아질 때 기온은 낮아지지만, 기온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 고도가 올라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기온 역전현상은 여름보다 겨울에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기온 역전 현상을 나타낸 그래프.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아질 때 기온은 낮아지지만, 기온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 고도가 올라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기온 역전현상은 여름보다 겨울에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동종인 교수는 "겨울철 저녁부터 해가 뜨기 전 사이에 이런 역전층이 발달하고, 낮에는 공기 순환이 일어나며서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12일의 경우 한파가 닥치면서 서울의 기온이 영하 12도 아래로 떨어졌고, 지표면이 차갑게 식었다.

이로 인해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기온이 낮아지는 기온역전 현상이 나타났다고 봐야 하는 셈이다.
이날 확인된 회색 연기도 오염물질이 경계면에 축적이 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 교수는 "하지만 12일에는 바람이 제법 불었기 때문에 수직 확산은 안 되더라도 수평 확산은 가능했을 것"이라며 "두터운 오염공기층이 아니라 바람에 떠밀리면서 약한 띠 모양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PM2.5)는 ㎥당 2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보통'(15~50 ㎍/㎥) 수준을 나타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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