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찾는 검찰-유재식<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규모 부동산 투기단 적발」「폭력조직 소탕령」「투기단속지시」「무허가 퇴폐유흥업소단속」「대공산권교류 관련 국가보안법 운용지침」….
요며칠 신문사회면은 검찰관계기사의 홍수다. 「원님행차 뒤의 나발」이란 느낌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국민들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검찰의 모습에 후련함과 안도감을 느낀다.
뒤숭숭한 사회분위기가 다소라도 진정돼 가는 느낌도 든다.
최근 우리사회는 마치「호사다마」의 인상이 없지 않았다.
사회 각분야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문민화·민주화가 차분히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선 각종 범죄·사회악이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어 왔다.
단속근무 나가던 경찰관이 강도에게 돈을 빼앗기는가 하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관이 칼에 찔려 숨지는 치안부재.
땅 투기로 2시간만에 1천만원 이상을 챙기는 경제부재.
전국민의 투기꾼화를 부추기는 듯한 증시열풍.
툭하면 찌르고 죽이는 인명 경시풍조와 급속히 번지는 망국의 히로뽕….
이 모든 것이 전환기의 사회병리로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심각한 양상이었다.
그래서 시민들은 「무정부상태」에서 살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질 지경이었다.
검찰이 이제 뒤늦게나마 민생치안에 눈을 돌려 본연의 칼을 뽑았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퍽 다행스런 일이다.
박종철군 사건·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비롯, 각종 시국사건 때마다 눈총을 받아 멍들고 일그러진 검찰의 명예는 이같은 본연의 자세를 찾을 때 서서히 회복되지 않을까.
서민생활을 위한 검찰의 활발한 움직임이 일과성으로 그치지 말고 검찰의 「화려했던 영광」을 되찾는 첫걸음이 되기를 국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