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아이온·던파…북한에 '핵 파일' 수억원대 로열티 보낸 30대 실형

중앙일보

입력

북한 해커가 만든 불법 게임 파일을 국내에 유통시키고 그 대가로 수억원의 로열티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30대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조작 없이 아이템 등 살 수 있는 프로그램 #메신저 이용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모의 #재판부, "자금 북한에 전달될 거 알았다" 지적

허모(34)씨는 2010년 중국에서 북한 ‘릉라도정보센터’ 소속 공작원 A씨를 알게됐다. 릉라도정보센터는 조선노동당 산하 릉라도무역총회사의 산하기관인데, 합법적인 무역회사로 위장했지만 실제론 디도스(DDoS) 공격이나 해킹 등에 사용할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한 곳이었다. 주로 북한의 통치자금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 조선중앙통신]

2011년 허씨는  MSN 메신저를 통해 공작원 A씨로부터 “우리가 만든 ‘핵 파일(게임을 조작해 쉽게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취득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남한 등에서 판매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이온’ ‘던전앤파이터’ 등 당시 유명했던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파일이었다.

아이온 모바일 버전 사진. [중앙포토]

아이온 모바일 버전 사진. [중앙포토]

그로부터 2년 뒤엔 ‘리니지’의 핵 파일도 받아 여러 명의 게임 이용자들에게 팔았다. 리니지는 전세계적으로 누적 가입자수가 4000여 만명에 이르는 한국 NC소프트의 대표 게임이다. 허씨는 판매대금의 60%를 공작원이 지정한 중국 계좌로 송금했다.

리니지는 누적 가입자 수가 4000여 만명에 이르는 인기 게임이다. 사진은 리니지2 버전. [사진 리니지 홈페이지 캡처]

리니지는 누적 가입자 수가 4000여 만명에 이르는 인기 게임이다. 사진은 리니지2 버전. [사진 리니지 홈페이지 캡처]

허씨의 범행은 계속됐다. 2015년엔 ‘넥슨코리아’의 총 게임 ‘서든어택’의 핵 파일을 제작·배포하는 데 직접 가담했다. 또 해당 파일의 단가(4만5000원~5만원)도 공작원과 협의했다. 허씨가 약 10개월 동안 파일의 로열티를 매주 입금했는데, 금액이 2억 4700여만원에 달했다.

재판 과정에서 허씨가 자신이 보낸 돈이 북한에 송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정황도 드러났다. 공작원이 허씨에게 “우리쪽(북한)은 만약에 사장님(허씨)한테서 50웬(위안)을 받는다 하면 40웬은 나라에 바칩니다”라고 보낸 메신저가 공개된 것이다.

또 지난해 공작원들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안 허씨가 “귀국한다구요? 5개월 뒤에도 못나오시면 저는 어떻게 합니까. 북조선 쪽에 연락망을 주시고 가실 수 있습니까?”라고 보낸 메신저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부(부장 김성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허씨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허씨는 핵 파일이 국가기관이나 주요 산업시설의 전산망을 디도스 공격하거나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해킹하는 등 악용될 수 있고 지급한 대금이 대부분 북한에 전달될 것임을 알았다”며 “국가 안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했고 주고받은 이익이 크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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