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좌상을 놓고 엇갈리는 두개의 형세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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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3국
[제4보 (72~91)]
白.李昌鎬 9단 | 黑.曺薰鉉 9단

지금의 형세는 누가 유리할까. 사실은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도 두개의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첫째, 흑이 스피드에서 밀렸다는 설. 윤현석7단 등이 내린 이 분석은 실리에서 백이 앞섰고 미세하나마 흑이 이대로 가면 6집반의 큰 덤을 내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섞여 있다.

둘째, 흑이 시종 리드하고 있다는 설. 임선근9단 등은 백이 72까지 귀를 파내고 흑이 73으로 좌변을 두칸 벌려서는 흑이 무난하게 앞선 형세라고 했다.

첫번째 주장을 굳이 수치로 환산한다면 백1집반 우세쯤 될 것이고 두번째 주장은 흑 1집반이나 2집반 우세쯤 될 것이다. 안팎의 차이는 3, 4집.

'참고도1'을 보자. 바로 73의 시점인데 백집은 확정가가 전부 20집 정도에다 좌상이 있다. 흑은 25집+좌변이다. 흑▲와 백△들은 모두 곤마인데 흑쪽이 조금 강하다. 그러나 백도 A의 선수, B의 삶 등이 어느 정도 두터움을 담보하고 있다.

문제는 좌상이다. 이곳의 백은 강하다고 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곤마가 될 수도 있는 소지를 안고있다. 어느 쪽으로 흐를지 알 수 없기에 고수들은 관상가가 사람의 상을 보듯 판의 상을 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서로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창호9단의 76으로 붙인 수를 이런 배경 아래 살펴보면 좀더 흥미로울 것이다. 또한 77, 79의 강력한 반발 역시 마찬가지다.

'참고도2'처럼 두면 평화롭다.그러나 흑의 曺9단은 이런 평화적 타결은 불만이라고 보고 91까지 사납게 변화를 일으켰다. 曺9단 역시 정확한 형세판단 아래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감각과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는 편이 더 옳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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