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곳곳에 켜진 경기 부진의 경고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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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올해는 경기가 활짝 펼 것이란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곳곳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우선 그동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의 증가세가 꺾이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억4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75%가 줄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96%나 감소했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사실상 5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처럼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1월에 설이 낀 데다 해외여행.유학.연수 등이 늘어난 탓이라고 하지만 실은 수출의 증가세가 꺾인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수출에 타격을 준 데다, 원유가 상승 등으로 수입은 크게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수출이 올해 성장의 효자 노릇을 하기는 틀렸다. 그동안 높은 환율 덕에 버텨 오던 수출이 원화절상의 부담에 기력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수라도 활활 살아나야 할 텐데 연초에 반짝하던 내수경기마저 주춤거리고 있다. 1월 설비투자는 0.2% 느는 데 그쳐 둔화세가 역력하고, 소비재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3.9%나 줄었다. 한은이 조사한 제조업체들의 2월 업황 경기조사지수(BSI)는 81로 1월보다 6포인트나 떨어지면서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을 가릴 것 없이 온통 경기가 나쁘다고 보고 있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수출과 내수는 경제를 떠받치는 두 바퀴다. 그런데 온전치 않은 내수의 바퀴를 채 고치기도 전에 지난해까지 성장의 수레를 홀로 끌고 온 수출의 바퀴마저 삐걱거리기 시작한 형국이다.

1월 한 달의 수치만을 가지고 올해 경기를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장밋빛 낙관론만으로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너무 많다. 억지로 위기감을 조장하자는 게 아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경기 부진의 가능성에 대비하자는 얘기다. "진통제를 안 써서 경제 체질이 강화됐다"는 탁상공론으로는 경기가 저절로 살아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