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세계」지 「한국통신」게재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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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17년동안 우리나라를 헐뜯어왔던 일본 이와나미(암파)서점의 「세계」지가 문제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게재를 이번 3월호를 끝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마지막 한국통신 난에서도 「서울 구로동 학살사건」이라는 악성유언비어를 교묘하게 얽어 보도했으며 KAL기 테러사건도 한국의 자작자연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에 대한 투쟁은 새로운 형태로 시작될 것』이라는 위협으로 끝을 맺었다.
1946년에 창간된「세계」지는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의 토론장이었다.
여기에는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나 모택동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다루어졌으며 정치가·교수·평론가 등 일본의 진보적 인물들이 필진으로 등장해왔다.
「세계」지는 우리나라에서 10월 유신이 일어난 직후인 72년11월부터 금년3월호까지 매호마다 한번도 거르지 않고 「T·K생」이라는 필명으로 한국특집을 냈으며 그 내용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정세에 관한 유언비어를 드라마처럼 구성해왔다.
이 특집들은 몇년에 한번씩 암파신서라는 문고판으로 서점에 다시 등장했다. 당시 매우 예민한 문제에 대해 언론의 사실보도가 극히 통제된 국내에서는 「세계」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이 진실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정론처럼 둔갑했으며 그 복사판이 지하에 나돈 적이 있다.
이 잡지에는 드물게 한국의 논객도 등장했으나 대부분이 조총련 지지자, 또는 사회당·공산당 주변에 있던 인물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일본의 뒤틀린 대한관을 마음대로 갈겨썼다. 「T·K생」이라는 필자에게는 한국에서 정보를 수집해온 북한 간첩의 자료제공도 있었다는 소문도 끊임없이 나돌았다.
「세계」지의 한국에 관한 유언비어통신 게재가 더이상 명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은 최근 한국언론이 상당히 활성화된 탓으로 보고 있다. 사실보도를 외면하고 보도통제를 받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장단점이 드러나는 또 하나의 예이다. 【동경=최철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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