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3자 합작법인 출범…“제빵사 70% 직접고용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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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가맹본부ㆍ가맹점주협의회ㆍ협력업체 3자가 합작한 상생 기업 ‘해피파트너즈’가 1일 출범했다. 이 기업은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을 지시한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11곳 소속 제조기사(제빵사)를 고용할 계획이다.

본사 협력업체 가맹점주협 합작으로 1일 출범 #직접고용 대상 5300명중 3700명 동의서 제출 #근속 인정 퇴직금 승계, 급여 13% 인상 등 조건 #파리바게뜨 노조 "직접고용 포기 확인서 무효" #직접고용 이행지시 시한까지 신경전 계속

 파리바게뜨 본사는 지난 10월부터 상생 기업 설명회를 진행해 제빵사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고용부가 직접고용을 지시한 5309명의 약 70%인 3700여명이 본사 직접고용에 반대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들 중 현재 소속된 협력회사에 남겠다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해피파트너즈로 소속 전환에 동의했다는 것이 파리바게뜨의 설명이다.

이날 공개된 제빵사의 해피파트너즈로 전환 조건은 ^협력업체 근속과 퇴직금을 그대로 승계 ^급여 13.1% 인상 ^월 8일 휴무 보장 등이다. 가맹점에 파견된 제빵사들은 그동안 교대할 인력 부족으로 휴일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왔다고 호소했다. 파리바게뜨는 앞으로 11개 협력업체 인원과 조직이 통합돼 휴무 대체 인력 충원이 수월해져 최대 월 8일까지 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 인원이 늘어나 제조기사의 승진 여지도 많아진다.

 상생 기업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파견법 위반 판단 근거가 된 ‘제조기사들에 대한 본사의 업무지시’를 없앤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정해지진 않았다. 본사 요구 사항은 업무협약에 따라 상생 기업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제빵사에 대한 업무지시는 상생 기업 소속 현장관리자가 한다. 이밖에 고충처리위원회를 신설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제빵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노사협의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김범성 전무는 “상생 기업에 동의하는 제조기사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가맹점주의 70%인 2368명도 가맹본부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고용부에 제출하는 등 상생 기업 설립에 대한 요구가 높아 출범을 본격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파리바게뜨 노조는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고용 포기 확인서는 무효”라며 제빵사 170명의 동의 철회서를 전달했다. 전국 화학섬유 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와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위사실에 의한 기망(欺罔)과 강압으로 작성된 직접고용 포기확인서는 원천 무효”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가 합자회사로 전직에 동의하는 확인서를 받는 과정에서 제빵사를 협박하거나 속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직접 고용을 관철하려는 노조에 가입된 제빵사는 700여명이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5일까지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조기사 1인당 1000만원씩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과태료 규모는 최대 530억원 이상이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제조기사가 ‘상생 기업에 가겠다’고 한 것은 직접고용 거부 의사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근로자가 직접 고용을 거부했는데 회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을 하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직접고용에 반대한 3700명에 대한 과태료는 면제될 전망이다. 결국 파리바게뜨가 내야 할 과태료는 70억~16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파리바게뜨 본사와 파리바게뜨 노조는 직접 고용지시 이행 시한을 앞둔 며칠 동안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약 900명의 제빵사를 서로 끌어오기 위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9월 21일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조기사에 대해 파견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지시 했다. 파리바게뜨는 본사의 직접고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대안으로서 3자 합작법인을 제시했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정부(서울지방고용노동청)를 상대로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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