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북 해상봉쇄로 정점 치달을 한반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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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의 그제 도발에 미국이 해상봉쇄 카드로 맞서면서 한반도 상황이 우발적 충돌을 걱정할 위기에 몰렸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이 발사되자 “새로운 차원의 해상운송 차단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무역 등 북한의 대외경제 활동의 일부, 또는 전체를 차단하는 해상봉쇄는 원유공급 중단을 빼고는 가장 강력한 제재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칼이다.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외화벌이 통로를 막는다는 점에서는 쓸모가 있다. 걱정되는 건 북한 선박을 뒤지거나 막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충돌이 응징과 보복으로 이어지면 전면전도 가능하다. 이를 알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해상봉쇄 카드를 빼 든 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해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도 미국이 이번 도발을 어떻게 여기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우리 정부는 사태의 위중함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특히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에만 매달려 우리의 생사가 걸린 안보 문제를 부차적으로 여기는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어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평창 올림픽과 한·미 군사훈련이 겹쳐 이 상황을 잘 풀어가는 게 과제”라며 “올림픽을 안정된 분위기에서 잘 치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그간 정부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끌어내기 위해 이 기간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이번 도발에서 봤듯 김정은 정권이 미국 본토를 때릴 완전한 ICBM 개발을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이런 마당에 북한의 도발을 외면하고 평화적 대화만 고집하는 것은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음을 당국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