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없는 박근혜 재판 … 연이틀 출석 거부에 ‘궐석’ 진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가 ‘궐석 재판’을 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틀 연속 출석을 거부하자 내린 결정이다. 재판부는 28일 열린 재판에서 “심리할 사안이 많다는 점과 제한된 구속 기한을 고려하면 더 이상 심리를 늦출 수 없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법원 “더 이상 심리 늦출 수 없다” #검찰 ‘최순실 태블릿’ 감정결과 제출

김세윤 부장판사는 “어제(27일) 박 전 대통령에게 ‘계속 출석하지 않을 경우 (궐석)재판을 할 수 있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심사숙고하라’는 안내문을 보냈다”며 “하지만 오늘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인 27일 기존 변호인단 총사퇴 이후 42일 만에 재개된 재판에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작성한 불출석 사유서와 구치소 측의 건강상태 보고서에는 허리 통증과 무릎 부종 등의 증상이 포함됐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단은 이날 재판부의 결정에 모두 “특별한 의견이 없다”며 동의했다. 지난달 26일 선정돼 이날 두 번째로 재판에 출석한 변호인단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보좌관이었던 김건훈 전 행정관을 상대로 첫 증인 신문을 했다. 국정 농단 사건의 중요 증거인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검찰에 제출한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접견은 한 번도 하지 못했지만 변호인단은 100여 개에 달하는 질문을 준비했다.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궐석으로 진행되는 상황에 이르자 사회 각계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20~30년 지난 뒤 후대가 피고인이 반론조차 못한 재판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회의적이다”고 지적했다. 풍자그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재하는 작가 최지훈(36)씨는 “일반인도 재판을 받기 싫다고 저렇게 출석을 거부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본인이 출석을 거부한다면 더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PC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공개하고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 측은 “국과수 감정에 의하면 최순실 셀카가 태블릿PC로 직접 촬영된 것으로 밝혀져 최씨의 주장은 허위로 봐야 한다. 가족 사진도 태블릿으로 직접 촬영됐고, 사진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