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외롭지 않은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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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낯모르는 교통사고환자의 입원보증서에 서명을 해주었다가 1천7백여만 원의 치료비를 혼자 부담하게된 서울 경희의료원 간호원 김춘옥양(30)의 사연(중앙일보 1월18일자10면) 이 보도된 뒤 중앙일보 사회부에는 김양에 대한 격려와 도울 방법을 찾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익명의 한 독자는 『김양처럼 옳은 일을 하고도 피해를 보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성금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물어왔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어느 독자는 『성경의 「착한 사마리아인」을 이 시대에 다시 발견한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의도에서 「한국폭스보로」란 조그마한 중소기업을 경영한다는 김용씨는 『착한 일을 한 사람이 상은 받지 못할망정 큰 피해를 보게되다니 말이 되느냐』며 본사에까지 찾아와 50만원의 성금을 김양에게 전해달라고 맡겼다.
사고당시 환자를 치료했던 한림대부속 춘천성심병원 측도 보도가 나간 뒤 김양에게 『20%인 3백40여만 원은 병원이 부담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전액부담은 1천7백만 원이 병원으로서도 큰돈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
김양이 몸담고 있는 서울 경희의료원의 동료간호원들은 김양을 위해 모금함을 설치하는 등 구체적으로 김양을 도울 방법을 찾아나섰다. 동료간호원들은 1천7백여 명의 노조원 한사람이 1만원씩 부담하면 치료비를 충당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 따뜻한 손길에 당사자김양은 용기와 희망을 되찾은 밝은 표정. 월급차압통보를 받고 『한순간 입원보증을 선 행동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고 실토한 김양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정이 「의인이 외롭지 않은 사회」를 갈망하는 이 시대 우리 모든 이웃들의 소망의 표현 아니겠느냐고 그 의미를 새졌다.
역시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지는 법」이었다. <김춘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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