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도슨 친부모는 몇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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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은 16일 이탈리아 겨울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에 미국 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따냈던 주인공이다. 한국계 입양아라고 떳떳하게 밝혀 더욱 화제가 됐다.

메달 획득 후 첫 소감으로 "한국인 친부모를 찾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던 도슨의 기대는 그러나 일주일 만에 분노로 바뀌었다. 그의 수상 소식을 듣고 국내에서 친부모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200통이 넘는 메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름과 소속사를 밝히지 않은 한 언론사 기자는 '친부모를 알고 있다'며 도슨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괴롭히기까지 했던 모양이다.

급기야 도슨의 에이전트 짐 스피넬로가 "도슨이 친부모를 찾는 데 무척 민감해하고 있다. 조용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찾고 싶어한다"는 성명까지 내기에 이르렀다. 친부모임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 가족관계를 밝힐 유전자 검사에 응하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게 스피넬로의 설명이었다. 도슨이 한국 방문을 취소하게 된 배경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이 친부모를 찾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던 도슨에게 동메달은 부모를 찾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 셈이다.

도슨은 지난해에도 한국을 세 차례나 방문해 친부모를 애타게 찾았으나 실패했다. 그토록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그리워하고, 한국인 핏줄임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는 게 에이전트의 설명이다. 한국인 어머니를 존경한다는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세 살 때 입양된 도슨은 미국인 부모의 배려 덕분에 최고의 스키 선수로 거듭났다. 만약 그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아니라 평범한 청년이었더라도 친부모를 자칭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나타났을까.

미국 가정에 입양되도록 내버려 둘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친부모라고 나서는 모습이 부끄럽지 않은가. 그가 조용히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모두 도와줄 일이다.

정제원 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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