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규의관전평] 선두 두 번 되찾은 변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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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스타트 때 전다혜는 캐나다 선수에 밀려 중심이 흔들렸다. 이때 넘어진 것은 잘한 일이다. 만약 넘어지지 않으려고 했다면 500m 예선 때 진선유가 그랬던 것처럼 크게 뒤처진 채 레이스를 시작했을 것이고,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체력에 자신이 없는 중국은 선두를 잡은 뒤 힘을 아끼기 위해 레이스를 느리게 이끌었다. 한 바퀴를 약 9초5~9초7에 돌았다. 여자선수들은 보통 한 바퀴를 9초1~9초2 정도에 돈다. 캐나다가 21바퀴를 남기고 스피드를 높이면서 레이스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행이었다. 캐나다가 치고 나가지 않았더라면 한국 선수들이 치고 나갔어야 했고, 그랬다면 막판에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변천사의 레이스 운영은 돋보였다. 변천사는 16바퀴를 남기고 중국 선수와 캐나다 선수가 뒤엉키며 속도가 줄어든 틈을 놓치지 않고 바깥쪽으로 달려 나가 선두로 나섰다. 7바퀴를 남겼을 때 진선유가 잠시 중심을 잃어 중국에 추월당하면서 2위로 밀린 위기에서 변천사는 또 한번 투지를 발휘해 4바퀴를 남기고 선두를 되찾았다. 마지막 주자가 힘이 넘치는 진선유였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과 캐나다의 마지막 추격을 여유있게 따돌릴 수 있었다.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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