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저씨 방송탔네!

중앙일보

입력

분당 서현동에 사는 김영룡(35)씨는 월요일과 수요일은 퇴근 후 약속을 하지 않는다.지난해 9월 개국한 소출력 라디오 방송 'FM분당' (90.7㎒ )의 인기 프로그램 ' 동호인클럽'을 듣기 위해서다.재즈와 클래식을 좋아하는 김씨에겐 연주자의 생생한 인터뷰와 해설이 붙는 이 프로그램이 어떤 방송국 코너보다 매력적이다. 분당서만 들을 수 있어 직장 동료들 부러움을 사고 있다.

주부 김선천(44.분당 이매동)씨는 하루 하루가 즐겁다.자신이 취재하고 제작한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이 11개월 째 방송되고 있다.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노인회관 등으로 찾아가 생생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방송한다.중학교 교사 출신인 김씨는 전혀 방송 경험이 없었으나 용기를 내 지난해 4월 FM분당 시험방송때부터 참여했다.결혼 후 자녀 세명을 키우는 데 정신을 쏟는 통에 잊었던 자신의 재능을 새로 발견한 기분이다.

"FM분당은 주민들이 참여해 만드는 동네방송으로 모든 사람에게 문이 열려 있습니다."

정용석(61)대표는 KBS 도쿄특파원과 뉴스 앵커를 지냈다.주민 가까이서 숨쉬는 방송을 하고 싶어 소출력 지역 방송국을 열었다.

"방송에서 흘러 나오는 이야기가 모두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 보세요.정말 실감나죠."

정 대표도 직접 프로그램 제작.방송에 나섰다.오전 9시부터 한시간 진행하는 '굿모닝 분당' 엔 매일 분당구청 공무원과 소방서 직원이 돌아가며 출연한다. 구청총무.시민.건축과 등 8개 과에서 실무 담당들이 출연해 각종 공지사항을 전한다.처음엔 출연을 꺼리던 담당 계장들이 이제는 '살'까지 붙여가며 재미있게 방송한다.오후 5시 '차 한잔 합시다'엔 이대엽 성남시장,음식점 주방장,아파트 노인회장 등 다양한 사람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분당에 살거나,분당에서 일하는 사람은 출연 자격이 있다.현재 160여명이 방송을 탔다.

정 대표는 가급적 많은 주민들이 방송 제작에 참여하고 출연하기를 희망한다.그래서 같은 프로그램도 요일 별로 진행자를 달리하고 모든 프로그램에 주민들 목소리를 담도록 한다.

FM분당은 방송위원회 지원금으로 지탱한다.상업광고는 할 수 없지만 협찬과 후원금은 받을 수 있다.공중파 방송국(10KW이상)의 견제 때문에 출력이 1W로 제한돼 서현역 부근에 있는 방송국 반경 2km밖에선 잘 들리지 않는다. 정 대표는 "애청자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출력 향상이 이뤄질 걸로 확신한다"며 " 이미 'FM분당을 사랑하는 모임(분사모)'이 결성됐다"고 자랑했다.

FM분당은 다음달 6일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한다.주민 참여를 대폭 늘렸다.이달부터 인터넷 홈페이지 (www.fmnara.com)를 통한 방송 청취도 가능하게 됐다.031-703-6100.

◇소출력 라디오 방송=1W 출력으로 반경 2㎞ 안팎 권역에 송출하는 지역밀착형 방송.방송위원회는 2004년 수도권(마포.관악.분당)등 8곳에서 시범사업 사업자를 선정했다. 미국.일본.영국 등에선 보편화된 방송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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