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핵 압박 합의했지만 아쉬움 남는 미·중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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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3개국 순방의 완결판으로 관심을 끌었던 미·중 정상회담은 무난한 결과로 이어졌지만 한편으로 약간의 아쉬움도 남겼다. 두 정상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 도발을 포기하도록 양국이 함께 압박과 견제를 한다는 데 합의하면서도,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만한 강력한 메시지는 공동회견에서 나오지 않은 까닭이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 이견이나 갈등을 노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미·중 빅딜’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국회에서 연설한 내용을 인용하며 “나와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약속을 논의했고,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함께 손잡으면 북한의 해방과 자유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 역시 “우리는 단호하게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국제 비핵화 협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통 큰 선물 보따리에 만족한 미국 #대북 압박과 견제가 수사로 그쳐선 안돼

양국 정상의 이 같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 재천명에도 불구하고 미진한 느낌을 감출 수 없는 것은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통제력을 가진 중국의 시 주석이 여전히 “대화를 통한 해결”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유엔 대북 관련 결의를 엄격히 집행할 것이며, 동시에 대화와 담판을 통해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시 주석의 기자회견 발언은 기존의 원론적 입장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북한이 도발을 포기하도록 중국의 경제적 압력을 다시 한번 촉구했지만, 한국 국회에서 보였던 강경한 입장은 사뭇 누그러뜨린 것이었다. 그는 8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목표가 핵무기 밑에 한국을 두는 것이며 이는 치명적 오산”이라고 단호히 못박고 이런 “잘못된 희망을 버리도록 중국이 모든 대북 무역·기술 관계를 단절하도록 촉구”했었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우회하는 대가로 미국에 풍성한 돈 보따리를 안기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무려 2500억 달러(약 279조원)에 달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대미 무역마찰을 해소하고 더 이상의 대북 압박 주문도 피해 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일본과 한국에서 대규모 투자와 무기 구입을 약속받은 데다 중국의 통 큰 선물을 받아 내년 중간선거에서 내세울 수 있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이라는 불씨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미·중 두 나라는 물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지구촌 전체에 악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양국 정상은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양국 정상이 북핵 위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천명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문제는 이것이 그저 수사(修辭)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철저히 공조해 김정은이 무모하고 헛된 기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 정부도 흔들림 없이 대북정책을 밀고 나가야 국제사회의 신뢰와 북한의 핵 포기라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