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10대 때 친구 돈 훔치고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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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 김일성 주석의 과거 행적이 담긴 미 중앙정보국(CIA) 기밀해제 문서들의 내용이 최근 조명을 받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49년 작성 CIA 문건에 기록 #“김성주를 김일성으로 바꾸기 위해 #소련 측서 3년에 걸쳐 혹독한 훈련”

CIA는 1949년 작성된 ‘김일성의 정체(identity)’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당시 북한 지도자로 활동하는 김일성은 실제 ‘김성주’라는 인물이라며 김성주가 김일성이 되기까지의 행적을 추적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실제 김일성 장군은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19년 백두산을 거점으로 항일운동을 전개한 인물이었으나 어느 순간 그 존재가 사라졌고, 김일성으로 이름을 바꾼 김성주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김일성의 정체가 김성주라는 주장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돼 왔지만 CIA 문서를 통해 같은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문서에 기록된 김성주의 생애는 다음과 같다. 하지만 여러 주장이 난무하고 있어 사실여부 확인은 불가능하다. 14세 때 부모를 따라 중국 만주로 이주한 김성주는 다니던 학교에서 반 친구의 돈을 훔치고 그를 살해한 뒤 도주했다. 이후 중국의 다른 지역에 살다가 소련에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하얼빈에서 최씨 성을 가진 남성을 살해했다.

김성주는 18세 때 중국 공산당의 초기 지도자인 리리싼(李立三)을 만나 중국 공산당원이 됐다. 1931년 10월 리리싼은 김성주의 이름을 김일성으로 바꿨고, 이후 김성주는 김일성이라는 이름으로 백두산 일대의 게릴라군 사령관으로 활동했다.

김성주의 활약에 만족한 리리싼은 김성주를 고위직으로 승진시켰다. 김성주에 대한 소문은 마침내 소련의 스탈린에게 들어가게 됐다. 이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면서 스탈린과 김성주는 한반도 공산화의 황금기를 맞게 됐다고 CIA는 주장했다.

스탈린이 김성주에게 사라진 김일성 장군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도록 지시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이 문서에 따르면 소련 측은 김성주를 김일성으로 바꿔놓기 위해 3년에 걸쳐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VOA는 이 문서가 1949년 9월 CIA에 의해 작성된 것이며, 그해 12월 국무부 등에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의 기밀해제가 이뤄진 시점은 2011년이었다.

VOA는 또 다른 CIA 문서를 인용해 김일성이 1951년 6월 6일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북한군 장교에게 암살당할 뻔한 사실도 전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당시 김일성은 오른쪽 폐에 부상을 당했으며, 평양의 중앙인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조성훈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부장은 “김일성 장군 둔갑설은 광복 이후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며 “두 명의 김일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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