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당했는데, ‘손자 밥’ 생각에 부러진 다리로 귀가한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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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밥’ 생각에, 뺑소니 당해 부러진 다리로 귀가한 할머니. [중앙포토ㆍ연합뉴스]

‘손자 밥’ 생각에, 뺑소니 당해 부러진 다리로 귀가한 할머니. [중앙포토ㆍ연합뉴스]

새벽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할머니가 뺑소니를 당해 발이 부러졌는데도 손자 밥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300m를 걸어 귀가한 사실이 알려졌다.

6일 군산경찰서는 지난 3일 오전 5시 48분쯤 전북 군산시 개정면 한 도로를 건너던 문모(80ㆍ여)씨를 차로 치고 달아난 트럭 운전자 최모(62)씨를 붙잡았다.

문씨는 아들(55)과 새벽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뺑소니 차에 다리를 심하게 다친 문씨는 손에 꼭 쥐고 있던 보행보조기를 놓친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고를 낸 차량은 이미 자욱하게 낀 안갯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아들은 어머니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문씨는 ‘곧 손자가 학교에 가는데 아침을 먹여야 한다’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300m를 걸어 귀가했다.

문씨는 밥을 먹은 손자(15)가 학교에 가고 난 뒤에야 ‘다리가 너무 아프다. 도저히 못 참겠다’며 고통을 호소했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진단 결과 문씨는 발가락과 발목 등이 부러진 상태였다.

경찰은 사고 발생 15시간 만에 뺑소니 트럭 운전자 최씨를 붙잡았다. 최씨는 초반에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증거 등을 제시하자 문씨를 친 사실을 시인했다. 최씨는 “낚시하러 가던 길이었는데 안개가 많이 끼어서 사람을 친 줄은 몰랐다. 나중에 차가 부서진 사실을 알고 카센터에서 수리했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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