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항공 '쿠데타' 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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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퇴진 여부를 놓고 핵심 경영진과 일부 간부가 힘겨루기 양상을 보였던 일본항공(JAL)의 내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장.부사장.전무 등 경영 수뇌부 3명의 퇴진에 찬성하는 임원이 전체 상근 임원의 절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19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신마치 도시유키(사진) 사장의 퇴진에 서명한 임원이 전체 상근 임원 19명 중 10명에 달하며, 부장급 간부도 당초 50명에서 200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신마치 사장이 당장 해임되지는 않더라도 사태 수습을 위해 결국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임원들은 지난 10일 '경영쇄신을 위한 서명부'를 신마치 사장에게 제시하고, 경영혁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신들을 포함한 새 경영진에게 경영권을 넘기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쿠데타'로 불리는 이번 사태는 2004년 이후 항공기 정비 불량으로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고 지난해 적자가 470억 엔(예상치)에 달하게 되자 일부 간부 주도로 시작됐다. 이에 맞서 신마치 사장은 "경영 재건을 해내는 것도 내 임무"라며 퇴진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신마치 사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3월엔 국토교통성이 JAL에게 '사업개선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민간회사의 경영에 간섭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JAL의 경우 그룹 내에 노동조합이 9개나 분산돼 있어 경영개선을 위한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전일본공수(ANA)가 꾸준한 구조조정으로 흑자로 돌아선 것도 신마치 사장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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