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와 방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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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12년 4월10일.
영국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는 영국의 사우댐프턴을 뗘나 미국의 뉴욕을 향해 처녀항해에 나서고 있었다.
승객 1천3백16명과 승무원 8백20명이 탄 이 세계최대의 여객선은 나흘뒤 대서양의 뉴 펀들랜드 바다에서 빙산에 충돌, 불과 2시간40분만에 침몰하고 말았다.
층돌시간이 14일 밤11시40분이었기 때문에 캄캄한 속에서 배앞이 깨져 바닷물이 밀려들어오자 승무원과 승객들은 아수라장속에서 발버둥쳤으나 곧 대서양은 배를 삼키고 말았다.
배안에 비치된 구명보트도 자리가 절대부족한데다 구조선의 구조도 뒤늦어 사망자는 1천5백13명이나 됐다.
그것은 평시에 발생한 사상최대의 해난사고였다.
타이타닉호는 3중의 추진장치를 갖추고 최고속도 25노트를 낼 수 있는 배였다. 바닥은 2중이고내수격벽에 의해 16개의 방수구획을 두어 어지간한 사고엔 끄떡없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는 그 안심 때문에 생겼다. 4월의 대서양은 유빙의 계절이라 빙산에 조심하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에드워드·스미드」선장은 22노트 전속력으로 달리도록 했다. 최단시간에 대서양을 횡단하는 배에 주어지는 블루 리번상을 타기 위해서 였다.
갑자기 출현한 빙산을 피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영국정부는 그래서 사고원인을「무모한 폭주」라고 단정했다. 20일 밤10시쯤 필리핀 중부해상에서 발생한 해난사고는 새로 사상최대 참사기록의 가능성을 보였다. 추정사망자는 1천5백30명.
사고원인이 「무모한 폭주」인지는 아직 알수 없지만 방심의 재난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캄캄한 밤중에 여객선 도나 파즈호는 18노트의 속도로 항해중 유조선빅터호에들이받혔고 그 충격으로 두 배가 화염에 휩싸였다고 한다.
승객들은 대부분 마닐라에서 크리스머스 휴가를 보낼 셈이었다.
무모와 방심은 모두 재난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경고하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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