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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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명두루마기의 옷고름 천을 절약하기 위해 늘 단추를 달아 입고 다녔던 고당 조만직선생에게 이런 일화가 있다.
오산학교 교장시절 고당은 졸업식이나 입학식등 학교의 주요행사때도 초라한 무명두루마기를 입고 나왔다. 그것을 보다 못한 남강 이승훈선생이 한번은 고당에게『평상시에는 괜찮으나 졸업식 때만은 제발 예복을 입으십시오』하고 권유했다.
그러자 고당은『없는 것을 어떻게 입겠소. 교장 노릇 못하면 못했지, 예복은 입지 못하겠소』하고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보면 고당같은 분이 한 두분이 아니다. 비오는 날 방안에서 우산을 받치고 있을 만큼 청빈했다는 황희정승. 좌의정 시절에도 소를 타고 온양 성묘길에 나섰던 맹사성. 모두 우리가 두고 두고 기리는청백리의 표상이다. .
절약과 청빈은 말로만 되는게 아니다. 몸에 밴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영국왕 「헨리」3세의 고사가 그걸 잘 입증해준다.
영국의회를 처음 열었지만 별로 명군소리를 못들은「헨리」3세가 어느날 검소령을 내려 모든 사람의 의복에 금이나 보석을 달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왕은 궁리끝에『단, 매춘부나 도둑은 이 법령에서 제외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그 다음날부터 영국에서는 금과 보석장식이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얼마후 왕은 프랑스 출신의 왕비를 맞았다. 영국의 국법을 모르는 왕비는 온 몸에 값진 보석들을 치장하고 궁전을 활보했다. 그 다음날로 검소령은 폐지되고 말았다.
엊그제 신문을 보면 오랜만에 신선한 느낌을 주는 기사가 눈을 끈다. 민정당이 노태우대통령당선자의 축하리셉션을 조촐한 소주 파티로 벌인다는 내용이다. 장소도 호텔을 피하고, 음식도 빈대떡, 순대등 「보통사람 음식」으로 마련하며, 초청자들도 몇시간씩 기다리지 않게 하겠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승용차도 국산차로 하고, 경호스타일도 부드럽게 바꿀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청와대도 가능한한 개방하겠다는 선거유세때의 공약이 기억난다. 선거란 그래서 필요한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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