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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사드 합의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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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고정애 정치부 차장

고정애 정치부 차장

3년 전 기록을 뒤적였다. 이스라엘 군 출신 대니얼 골드와의 인터뷰가 떠올라서다. 그해 50일간 하마스의 4594발의 로켓·박격포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더랬다. 민간인 사망자는 한 명이었다. 이동식 미사일방어 체계인 아이언돔 9포대 덕분이다. 그는 아이언돔의 아버지로 불린다.

아이언돔이 크게 활약했다.
“모두의 생명을 살린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인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의 생명도 살린다. 이게 없었다면 전면전이 일어났을 테고 양쪽 모두 희생이 컸을 거다. 전쟁은 정말 좋지 않다.”
비용은.
“(하마스가) 아마 3500발 정도를 쏘면 우린 500발 정도로 대응할 게다. 개당 10만 달러니 5000만 달러 정도 드는 셈이다. 하지만 인명·자산 피해를 막았다는 점에서 수백억 달러를 아끼는 것이다. 전면전으로 번지면 하루에 10억 달러씩 든다.”

그는 그러면서 “시민들 입장에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큰 전쟁을 막으려면 시민부터 지켜야 한다는 정신이다. 아이언돔이 우리 실정에 맞느냐 논란이 있음에도 골드를 인용한 이유다.

이쯤에서 “사드와 수도권은?”이랄 분이 있을 게다. 안타깝게도 ‘임시배치’된 사드는 수도권 방어용이라기보다 미군 증원 루트인 PK(부산·경남) 방어 성격이 짙다. 수도권까지 방어하려면 2~3개 포대가 더 있어야 한다. 중국이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편입을 꺼려 사드에 반대하면, 우리가 사서 운용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최근 중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합의해줬다. 결과적으론 주권인 안보 결정권을 중국에 넘긴 처사다. 또 수도권을 위험에 방치하고 우리 스스로의 전략 옵션을 없앤 것이기도 하다.

“전쟁은 안 된다”는 건 누구도 부인 않는 절대명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대응은 ‘북한이 장사정포로 수도권을 공격하면 군이 반격한다’는 수준에 머문다. 북한이 무모하게 덤비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한다. 누군가는 이를 “3일만 참으면 전쟁에서 이긴다”고 표현했다.

이러는 사이 우리는 홑겹(PAC)의 방어망 아래에서 산다. 이스라엘인들은 4중, 주한미군은 3중이다.

고정애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