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10만원짜리 수표 사용 불편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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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0만원짜리 수표 사용이 너무 불편하다. 우선 식당이든 상점이든 결제하려고 10만원짜리 수표를 내놓으면 주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러고는 죄인을 보는 듯한 눈길로 쳐다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신분증을 보이고 수표에 이서하는 것도 귀찮은데 기분까지 나빠진다. 불쾌감만 해도 참을 수 있겠는데 어떤 주인은 아예 수표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거스름돈이 없다는 이유를 댄다.

은행에서도 이런 불편은 마찬가지다. 공과금을 낼 때 자기 은행에서 발행하지 않은 수표를 내밀면 수납액이 10만원의 70%, 즉 7만원을 넘지 않으면 아예 받지 않는다. 일반 상점들이야 지폐보다 위조하기 쉬운 수표를 꺼릴 수도 있지만 은행에서 10만원짜리 수표를 안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앞으로 물가는 계속 오를 것이므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내야 하는 돈의 액수는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생활경제의 단위는 커지는데 아직 10만원권을 수표로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10만원권 지폐의 발행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10만원권 지폐 발행이 어렵다면 적어도 은행 간에 수표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길혜연.인터넷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