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盧대통령 신당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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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정치인입니다. 왜 정치권 변화에 관심이 없겠습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개혁을 위한 신당이) 성공할 방법은 반드시 있습니다".

얼마 전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 지역 인사들을 만나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언급을 일절 자제하는 신당 문제에 대해 盧대통령이 처음으로 드러낸 자신의 심경인 셈이다.

여기에는 신당에 대한 盧대통령의 구상이 담겨 있고, 최근 그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盧대통령이 그리는 신당 해법은 뭘까.

우선 큰 줄기는 민주당 중심의 신당 포기다. 청와대의 한 측근은 "6개월 이상 계속된 민주당 내 신당 논의를 지켜본 대통령의 평가는 한마디로 냉소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盧대통령은 신당이 늦어지는 것 자체에 대해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신당의) 내용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때문에 개혁신당을 추진하는 盧대통령의 측근들은 9월 말이나 10월 초를 대통령이 염두에 둔 신당 출범 시기로 보고 있다.

부산 정개추 핵심 인사는 "일단 신당연대와 통합연대.개혁정당 등 3대 세력이 주축이 돼 다음달을 전후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며 "오히려 민주당 신주류가 나중에 합류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도 이 시기를 전후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신당의 성공에 대해 盧대통령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盧대통령이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돼 1년간 의정활동을 하고 고향에 내려와 '정치라는 걸 해 보니 결국은 유권자의 마음과 표를 얻는 것인데 이 점에 있어서는 자신이 생긴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盧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에서도 어떻게 하면 표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파괴력 있는 몇가지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대선의 승리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호남당의 영남 후보 승리'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이 점을 계승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와 함께 신당을 성공적으로 이끌 추진력과 정치적 감각을 갖춘 인물을 찾아내는 문제를 놓고도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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