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딸, 친구 죽음 알고도…"내일 시간 돼? 놀이공원 가자"

중앙일보

입력

30분도 되지 않아 친구에게 연락
아버지와 통화 뒤 눈물 흘려

'어금니 아빠' 이모씨(오른쪽). [사진 YTN 방송 캡처, 연합뉴스]

'어금니 아빠' 이모씨(오른쪽). [사진 YTN 방송 캡처, 연합뉴스]

딸의 여중생 친구 A양(14)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지난 8일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모(35)씨의 딸(14)이 숨진 친구를 집안에 두고도 또래다운 평범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씨 딸, 친구 죽음 알고도 쇼핑=이씨 딸은 범행 당일인 지난달 30일 오후 8시 16분쯤 집으로 돌아와 숨져있던 친구를 발견했다. 이씨 딸은 30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11일 YTN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씨 딸이 오후 8시 41분쯤 다른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는 "내일 시간이 되냐. 놀이공원에 가자"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다음날 오전 10시께에도 "놀자" "심심하다" 등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씨 딸은 범행 다음 날인 지난 1일 친구들과 만나 서점을 가고 운동화를 사는 등 쇼핑을 했다. 그러다 오후 1시께 아버지 이씨의 전화를 받고 "죽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귀가했다. 이씨 딸이 아버지로부터 시신 유기 계획을 들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YTN은 전했다.

이후 이씨 딸은 이씨와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여행용 가방을 싣고 강원도 영월 야산으로 떠났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 딸도 범행을 공모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씨 딸은 A양을 집으로 부른 뒤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건넸고, A양이 숨진 뒤에는 이씨와 함께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금니 아빠' 여중생 살해 현장검증=한편 이씨 사건의 현장검증이 11일 서울 중랑구 이씨 자택 앞에서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한 이씨는 "딸 친구를 왜 죽였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경찰은 이씨 자택 내부에서 이씨가 전체적인 살해 과정을 재연하도록 해 이씨 진술이나 증거와 일치하는지 살펴봤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딸의 친구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인 다음 목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 5일 검거됐다.

이씨는 사체 유기 혐의만 인정할 뿐 살인 동기에 대해선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검증에서 확인한 이씨의 구체적인 살해 방법을 이날 오후 밝힐 예정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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