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2대 밀 수입국 된 북한,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중국의 두번째 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중국 세관이 최근 공개한 대북 수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1만 4057t의 옥수수를 북한에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307t의 45.8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지난해 전체 옥수수 수출량(3125t)의 4.5배나 된다.

북한으로 수출하기 위해 옥수수를 실은 트럭이 중국 동북 3성의 두만강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중앙포토]

북한으로 수출하기 위해 옥수수를 실은 트럭이 중국 동북 3성의 두만강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중앙포토]

특히 밀의 경우 북한은 8월 한 달 동안 6001t을 중국에서 수입해, 홍콩에 이어 두번째 중국밀 수입국가가 됐다. 세관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밀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배나 늘어났다. 지난해 8월 6300t 안팎을 수입했던 쌀은 15% 늘어난 7399t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8월 1만4057t 중국서 수입, 작년 8월의 45.8배 #밀은 54배 늘어난 6001t…중국 밀 2대 수입국으로 #수확량 줄어들고, 대북 제재 등 대비 차원으로 보여 #당국, 북한 식량 사정 향후 변수 될 수 있을지 주목

이런 추세라면 향후 중국으로부터 북한의 식량 수입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통상 하반기에 북한의 식량 수입이 훨씬 많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 수입량은 5만5000t 가량”이라며 “이 가운데 하반기에만 4만 8000t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식량의 양은 약 7만 5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1000t)의 6.7배로, 7달 동안 수입한 양이 지난해 전체 수입량의 1.4배를 웃돈다.

이처럼 북한의 식량 수입이 늘어난 건 지난 올해 지속적인 가뭄과 7월초 집중호우로 인한 생산량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HAO)는 올해 북한의 식량 수확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동안 개선 조짐을 보이던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또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한 대북제재,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사재기였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지만 쌀값은 1㎏당 4000~5000원(북한 원)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부 당국은 북한의 식량 상황이 향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 지 주목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