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기자 수모당할 것 생각해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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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원창 의원="과거 신문기자로 있을 때 술과 식사 대접을 받은 적이 있나."

▶정순균 차장="과거에 그런 적이 있었다."

▶李의원="돈봉투는 받은 적 있나."

▶鄭차장="(잠시 침묵한 뒤)없지 않았다."

26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는 이색적인 '고해성사'가 벌어졌다. 정순균 국정홍보처 차장의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 기고문 파문과 관련,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이 鄭차장의 과거 경험에 대한 답변을 집요하게 요구하자 鄭차장이 솔직하게 답변한 것이다. 李의원과 鄭차장은 신문기자 출신이다.

李의원은 "鄭차장은 한국 기자들이 관리한테 술 대접을 받고 기사를 뺀다는 사실을 세계 언론에게 알린 셈인데, 후배 기자들이 어떤 수모를 당하는지 생각해 봤느냐"며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의 고흥길 의원은 "국정홍보처가 대통령 대변인이나 되는 양 착각하고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우리 언론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鄭차장을 즉시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 정진석 의원은 "지난 1주일 사이 기자와 관련해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두 사람은 한국 기자 전체를 부패집단으로 매도한 鄭차장과, 대한민국 땅에서 광분한 모습으로 주먹을 휘두른 북한 기자"라고 공격했다.

반면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외국 언론에 기고하는 만큼 신중해야 했지만 사퇴까지 할 사안은 아니다"고 감쌌다. 이에 대해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은 "경위를 조사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한도에서 책임지겠다"며 "(현 정부에서의 언론에 대한 향응과 촌지 제공은)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정순균 차장은 "과거의 일부 언론인이 그랬다는 취지가 현역 언론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면 유감"이라며 "기고문은 번역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鄭차장은 이어 "심려를 끼쳐 죄송하며 거취문제는 지금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jbjean@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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