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자원봉사도 하고 사랑도 키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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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자원봉사를 통해 부부사랑을 더욱 키웠어요." U대회 미디어센터(UMC) 기사작성실에서 일본인 취재진들을 위해 통역 봉사활동을 해온 변규창(39.자영업.서울 거주.(左))씨.다나베 가오리(31.(右)) 부부.

이들은 18개월 된 아들을 변씨의 여동생에게 맡긴 채 지난 21일부터 취재진의 한국인 인터뷰 및 각종 기자회견 내용 등을 일본어로 통역해 주느라 정신없이 쫓아다녔다.

26일 자원봉사활동을 마치고 그동안 접어둔 사업을 위해 귀경길에 오른 변씨 부부는 "국제대회에 기여한다는 마음에 자부심이 많았는데 끝까지 활동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변씨 부부는 지난해 월드컵 때 상암경기장에서 역시 일본 취재진을 위해 한달 반 가량 일본어 통역 봉사활동을 했다. 변씨는 봉사활동 과정에서 만난 한국 친구를 보고자 서울을 방문한 다나베를 1998년 8월 서울의 한 여관에서 우연히 만났다.

국내 고교를 거쳐 일본서 대학 공부를 마친 변씨는 판매를 위해 일본과 한국에서 사 모은 골동품.액세서리를 그 여관에 잠시 보관하고 있었다.

"다나베를 본 순간 첫눈에 반했어요. 그래서 술을 마시자고 제의했고 '난 네가 마음에 든다'고 사랑을 고백했어요." 이들은 한달 만에 변씨 부모에게 인사를 올렸고 양국을 오가며 사랑을 키워 2000년 10월 결혼에 골인했다.

학창시절 육상선수로 활동하고 공무원으로서 봉사활동에 열심이었던 다나베, 축구를 좋아하던 변씨는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열린 양국 대표팀의 축구 경기를 보며 자국팀을 열심히 응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로와 양국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월드컵 대회 때 봉사활동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사업상 함께 지낼 시간이 적었지만 변씨 부부는 밤낮 함께 월드컵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랑을 키우고 친구를 사귀었다고 한다.

변씨 부부는 "자원봉사는 마약처럼 한번 하기 시작하면 다시는 빠져나오기 힘들 만큼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며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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