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로서 자중” 몸 낮춘 김상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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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거듭 몸을 낮췄다. 자신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비판 발언에 대해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오만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관련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 앞서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공직자로서 더욱 자중하겠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서 네이버 이해진 비난 #이재웅·안철수 잇단 비판에 사과

발단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이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였다. 그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겨냥해 “네이버 정도의 기업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와 달리 그런 일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가면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웅 창업자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맨몸으로 정부 도움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창업자가 이내 ‘오만하다는 내 표현도 부적절했다’고 수위를 낮췄지만, 11일엔 벤처 창업자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나섰다. 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 위원장이 이 GIO를 평가 절하하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와 같다고 아부했다”며 “정치가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함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이 7일 한 강연에 참석해 “문 대통령은 제2의 스티브 잡스로 진화 중”이라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안 대표는 또 “20년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우리나라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수준이 한 단계씩 높아졌다고 해도 3류가 1류를 깔본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김 위원장이 말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했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가 크게 반발하자 2주 뒤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나 사과한 적이 있다.

반복된 설화에 김 위원장이 여전히 교수 시절처럼 말하고 행동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경제학 전공 교수는 “공정위가 중심을 잘 잡으려면 김 위원장부터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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