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역풍일까, 존재감 부각일까...김이수 부결 바라보는 복잡한 국민의당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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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에서의 역풍 대 캐스팅보트로서의 존재감.
국민의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하며 고심한 문제다. 이 때문에 부결로 결론난 이후 평가도 나뉘었다. 캐스팅보트로서 힘을 과시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기반인 호남에서의 역풍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당장 안철수 대표의 전북 방문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 대표는 오는 13일부터 1박2일 동안 전주 등을 방문한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그동안 (김이수 후보자를 두고) 전북 배려 인사라고 해온 만큼 전북 지역 민심을 좀 살필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호남 의원은 “호남 내 시민사회 등에서는 찬성 표결에 대한 요구가 있었던 건 사실”고 전했다.

그러나 ‘할 일을 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의원은 “그동안 호남 인사라는 이유로 원칙없이 찬성했다가 민주당 2중대라는 평가 밖에 더 얻었느냐”며 “이번 기회에 사법부의 독립성 등 명확한 인사 원칙을 보여준 만큼 당의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비례의원도 “민주당이 사안마다 국민의당의 협력을 당연시 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고 했다.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더 하락할 여지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호남 지역에서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7%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79%로 조사됐다. 박지원 전 당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강한 경고”라며 “정부여당에서는 호남 출신 인사에 찬성 안 했다가 역풍을 맞는다고 하던데, 우리 입장에서는 현 지지율에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의 책임 공방도 시작됐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우리당은 20~22명은 찬성표를 확실히 던졌다”며 “무기명 비밀투표인만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탈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고창) 의원은 “지역에서는 김 후보자를 처리해달라는 요구가 강했던 것 사실”이라며 “국민의당에서는 20명 이상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만큼 할 몫은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부결에 대해 “국민의당 의원들은 헌재 소장으로서 균형 감각을 갖고 있는지와 사법부 독립을 지킬 수 있는 분인지에 대한 그 기준만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는 “존재감 드러 내려고 한건 아니지만 여러 번 말했듯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결정권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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