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의 고민…'돈, 풀기보다 거둬 들이기 더 어렵네'

중앙일보

입력

돈을 푸는 것보다 거둬들이는 게 더 어려운 듯하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ECB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양적 완화 축소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 후 회견 #"10월 양적 완화 축소 계획 결정" #낮은 물가상승률에 유로 강세 겹쳐 #양적 완화 축소 놓고 고민 깊어져 #유로, 2년 9개월만에 최고로 올라

ECB는 회의에서 현재 0%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였다.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현재의 -0.40%와 0.25%로 각각 묶기로 했다. 월 600억 유로의 자산매입 계획은 연말까지 계속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경기가 악화하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중앙포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중앙포토]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결정키로 했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축소할 것인가에 대한 매우, 매우 기초적인(very very preliminary) 논의를 시작했으며, 이와 관련한 많은 의사결정이 10월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 변화 시점 역시 시장에서는 9월보다 10월이 더 유력한 것으로 전망했었다.

지금 드라기 총재의 고민은 나날이 오르고 있는 유로에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가 오르니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이 커지고, 그러다 보니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을 결정하기 더 어려운 구조가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테이퍼링 시점을 못 잡으니 유로는 더욱 강세가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ECB는 유로존의 경제 전망을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유로존 19개 국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발표한 1.9%에서 2.2%로 상향 조정했다. 2018년과 2019년 성장률 전망치 1.8%와 1.7%는 기존대로 유지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거꾸로다. 올해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5%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8년 추정치는 1.3%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유로화 강세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유로에 1.13달러를 기준으로 했으나, 내년 기준은 1유로에 1.18달러로 조정됐으며, 지금은 유로가 더 올랐다"고 전했다.

8일 1유로는 1.206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015년 1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유로 값이 가장 비싸다.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올해 들어 14% 오르며 유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드라기 총재를 이를 의식한 듯 “최근 환율 변동성은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 가격 안정을 위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외환 트레이더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드라기 총재 기자 회견 후 유로는 더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화정책에 있어 핵심 변수는 인플레이션이지만 환율 리스크에도 민간한 상황"이라며 "테이퍼링 속도는 유로화 강세가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