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성폭행' 교주, 감옥서 수천명 추앙받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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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로 수감된 인도의 유명 종교인 구르미트 람 라힘 싱이 감옥에 갇혀서도 여전히 추종자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추종자 성폭행 혐의로 징역 20년형 받자 #추종자 10만 명 몰려들어 폭동 일기도 #주민들은 관련 일자리 잃을까 전전긍긍

구르미트 람 라힘 싱 [AP=연합뉴스]

구르미트 람 라힘 싱 [AP=연합뉴스]

싱은 지난 28일 여성 추종자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기소된 지 15년 만이었다. 스스로 ‘신의 현신’이라 일컫는 그는 1948년 설립된 신흥 종교단체 ‘데라 사차 사우다’(DSS)를 1990년부터 이끌어왔다. 스스로 밝힌 추종자 수는 6000만 명. 가죽 재킷을 입고 늘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하며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는 그의 추종자 수는 실제 상당했다. 심지어 악을 근절한다는 내용의 상업영화에 직접 출연하며 인기몰이도 했다.

이런 그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법원 주변에 모인 추종자 10만여 명이 경찰과 충돌해 38명이 숨진 폭력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 당국은 폭동이 계속될 것을 우려해 감시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그를 따르는 것일까.

WP는 DSS 교단의 본부가 있는 지역 시르사를 찾아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추종자가 아닌 일반 주민들조차도 싱의 수감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으며 이는 ‘지역 경제’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구르미트 람 라힘 싱 [AP=연합뉴스]

구르미트 람 라힘 싱 [AP=연합뉴스]

구르미트 람 라힘 싱이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자 추종자들이 경찰과 충돌했다. [AP=연합뉴스]

구르미트 람 라힘 싱이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자 추종자들이 경찰과 충돌했다. [AP=연합뉴스]

신문은 “기이한 행적의 교주 싱이 인기를 끌며 시르사 지역에는 추종자들이 몰려왔고, 이곳 주민들은 싱과 관련된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며 덩달아 풍요로워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폭동은 일단 진정됐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으며 많은 남성이 실업에 대한 불안감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순수한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싱의 종교 조직은 내게 무척 좋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도 “이곳은 천국과 다름없었고, 공장 일자리 또한 무척 좋았다. 싱은 정말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싱이 오기 전 이곳은 황량한 지역이었지만, 그가 종교 단체를 부흥시킨 후에는 대중 교통이 수시로 드나들고 병원이 생기는 등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했다.

WP는 “싱의 수감으로 이 모든 ‘관련 사업’은 위험에 처해 있다”며 “많은 주민이 싱이 감옥에 가더라도, 누군가가 대신 이 종교 조직을 운영해주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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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싱이 수감된 교도소 주변에는 수천 명의 경찰이 배치되어있고, 시르사 지역에도 경찰이 급파되어있다. 싱은 이 외에도 언론인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일부 남성 추종자들을 강제로 거세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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