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세번이나 전학해야 했던 세월호 생존자 소녀

중앙일보

입력

다은이(가명)는 초등학교 2학년, 세월호 생존자입니다

“애들이 알아보고서 놀리고 그래요... 왕따야 왕따.. 왕따지.. 그렇다고 봐야 돼”

다은이는 1년 반 동안 전학을 세번이나 했습니다

“거기에 적응을 못한다기보다는... 어떻게 같은 학생들이 아이들이 알아가지고 놀리는 거 같아요... 아직도 엄마(아빠와 오빠) 죽었는데 못 찾았다는 얘기하는 거 같아요”

이름까지 바꿨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뭣 모르는 아이들은 다은이의 상처를 후벼팠습니다

“이제 1-2학년 짜리들이  뭘 알아서 .. 그건 힘든 얘기예요
1-2학년 짜리에게 무슨 징계를 하겠어요”

다은이(가명)는 다섯 살 때 세월호에 타고 있었습니다
침몰 직전 가까스로 구출됐습니다
마지막 구명정에 겨우 올라탔습니다

“당시 상황을 배 타고가다가 넘어졌다는것도 기억하고”

하지만 엄마와 아빠, 오빠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귀농하려고 제주도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다은이는 이제 그날의 기억을 서서히 잊고 있습니다.

“세월이 가다 보니깐 자기 엄마 이름도 잊어버려
자기 아빠 이름만 알아요. 그러다 오빠 이름도 이제 알려주는 거 같더라고요”

그런 다은이의 상처를 아이들이 들춰냅니다

학교나 선생님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학교를 옮겨도 아이들은 어디서 알았는지 또 다시 놀려댔습니다

“(선생님들이)아주 손 놓고 있기야 했냐만은 어찌 됐든 다른 학교로 옮기니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죠"

고모가 엄마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삶은 여의치가 않습니다
보상금은 다은이가 서른 살까지 쓸 수 없게 묶여 있습니다

“일절 없어요 일절 지원이 없어요.
세월호 사고 나고서는 그런 얘기가 있었죠.
정부에서 책임을 진다고 정부에서 무슨 책임을 져요. 보상금을 갖다가 2009년생을 30살이 될 때 찾으라고 신탁을 해놨다는 거 자체가 잘못된 거죠"

철없는 악마들과 냉혹한 국가행정에
다은이는 9살 어린 나이에 힘겨운 발걸음을 딛고 있습니다.

“서로 적응을 해야겠지만. 애들이라 참... 모질게 말을 할 수 없어요
애들도 요즘은 금방 성숙해져서 2학년이면 다 알아요 요즘은
잘 지내고 크길 바라는 거죠...”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제작:  오다슬 인턴 oh.da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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