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사태" 생리대 안전성 심사 완화한 박근혜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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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생리대의 안전성 심사 규정을 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해물질 생리대 논란은 식약처의 ‘느슨한 규정’으로 인한 예견된 사태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8월 25일 식약처에 따르면 2016년 6월 의약외품의 안전성 심사를 간소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의약외품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 개정안’을 고시했다.

개정안에 따라 생리대에 인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 성분을 새로운 첨가제로 사용할 때 기저귀와 같이 유사한 용도의 제품에 사용된 사례가 있고, 사용 중 인체 노출 우려가 없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 그 타당성이 인정된다면 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에서 제외토록 했다.

당시 식약처는 규제 운영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다양한 제품 개발과 업계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 당시에도 인체에 직접 접촉되지 않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기준이 모호해 사실상 생리대 전 성분의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생리대 겉면을 감싸는 부직포, 폴리프로필렌 성분까지인지, 생리대 안쪽의 흡수성분도 포함되는 것인지 고시에는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해부터 외국에서 생리대에 발암물질 등이 검출됐다는 논란이 일었는데도 식약처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했다”며 “문제가 될 수 있는 화학물질이 무수히 많은데 측정 평가하는 물질은 일부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리대 유통 및 가격구조도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생리대 가격이 외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비싸 소비자들이 성분이나 품질보다 가격을 중요시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제품 1개당 평균 가격은 331원으로 덴마크(156원)보다 2배 이상으로 비싸고, 일본·미국(181원)이나 프랑스(218원)에 비해서도 비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비싼 값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저소득층 여성들의 가격부담이 커 저품질 생리대를 찾게 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며 “생필품 세금과 유통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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