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시끌시끌한 ‘박근혜 끊기’…사법 처리 전 vs 후 팽팽

중앙일보

입력

자유한국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등 청산 문제를 놓고 내부 대립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22일 강원민방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은 유·무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의 문제다. 말하자면 당이 이렇게 괴멸되고 한국 보수 진영 전체가 국민에게 신뢰를 상실하게 된 계기를 만든 정치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프리랜서 공정식]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프리랜서 공정식]

홍 대표는 20일에도 “대통령이 국민의 동정이나 바라는 자리냐. 구체제와 단절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지난 16일 대구에서 연 토크콘서트에서 첫 언급한 이래 연일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거론하고 있다.

한동안 공개적 대응을 피했던 친박계 의원들도 서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22일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로 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앞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다. 비판 받는 사람을 쳐내는 걸로 당이 나아가진 않는다”며 “그런 부분들은 올바르지 않다고 홍 대표에게 말을 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와 맞섰다는 의미다. 그는 “당헌ㆍ당규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될 때 당원권 정지를 시켰다”며 “탈당권유나 출당 등의 징계는 최종심 형이 확정될 경우에 할 수 있게 돼 있으니 지금은 논의 시점이 아니고 형 확정 이후에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흠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임현동 기자

김태흠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임현동 기자

홍 대표 주변의 기류는 '계속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기류다. 지도부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정치인들에게는 일반법보다 더 두려운 국민정서법이 있다. 국민은 이미 탄핵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사법처리까지 기다리다가는 국민들의 지지를 되찾을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혁신위도 이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혁신위는 23일 ‘이념ㆍ정책’, ‘조직ㆍ제도’ 분야와 관련한 2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문제도 논의했지만 딱히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혁신위는 다음달로 예정된 3차 혁신안 발표 때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포함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 주체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중앙당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하는 대상은 당 소속 국회의원 및 기초단체장, 시도당 위원장 등에 국한된다. 평당원은 시ㆍ도당 윤리위에서 징계절차를 밟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평당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는 중앙당이 아닌 서울시당에서 처리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서울시당위원장은 김선동 원내수석인데 친박계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미 홍 대표가 의견을 낸 상황에서 지도부의 일원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단지 김 의원은 “징계를 논의하게 된다면 박 전 대통령이 평당원이긴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해 특수한 절차를 밟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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