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합창단, 세계 3대 오페라 축제 무대에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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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10년 창단 이후 매년 공연을 펼치고 있는 김수정 단장(가운데)과 입양아합창단 단원들. [사진 김수정]

2010년 창단 이후 매년 공연을 펼치고 있는 김수정 단장(가운데)과 입양아합창단 단원들. [사진 김수정]

새 가정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입양어린이들이 세계 3대 오페라 축제 무대에 오른다.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 18명은 13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열리는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올해로 63회째인 이 축제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를 기리기 위한 행사로, 푸치니가 생전에 30여 년간 머문 ‘토레 델 라고’라는 작은 마을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다.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김수정(53) 단장은 “이번 축제에 ‘선덕여왕’으로 무대에 오르는 국내 창작 오페라단 솔오페라단의 어린이합창단으로 함께 공연하는 기회를 얻었다”며 “아이들이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13일 이탈리아 ‘토레 델 라고’ 참가 #김수정 단장 “입양아 편견 여전해 #그릇된 인식 개선에 도움됐으면”

성악가인 김 단장은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을 10년 넘게 이끌고 있다. 2006년 한국입양홍보회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입양어린이들과 협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재 글로벌오페라단도 이끌고 있는 김 단장은 “2006년 활동을 시작한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은 2010년 정식 창단 후 해마다 음악회를 열고 있다”며 “현재 30명의 단원이 성악가의 꿈을 키우며 입양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올 들어 기업 후원금이 대폭 줄었다. 하지만 부족한 후원금보다 힘 빠지는 것은 입양아에 대한 편견이다. “종종 공연 후에 ‘입양아들이 어떻게 저렇게 노래를 잘하지’라는 말을 듣곤 해요. 입양아도 일반 가정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데 말이죠. 우리가 입양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김 단장은 이번 푸치니 페스티벌 참가를 앞두고 주최 측으로부터 ‘사랑의 합창단’으로 번역해 현지에 소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입양아로 구성된 합창단이라는 점 때문에 겪을 수 있는 편견을 우려해서다. 김 단장은 학부모들과 논의한 끝에 이를 거절했다. 그는 “편견을 딛고 선 아이들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국내는 물론 해외 입양인과 그들의 가족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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